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의 서른한 번째 서울 포커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전이 3 월 19일까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해온 예년의 서울 포커스와는 달리, 올해는 오래된 도시 서울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장소성에 주목해 창신동, 을지로 등 청계천을 따라 연결되는 도심형 제조 산업과 현대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로 탈바꿈했다.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산업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공산 규격품에 대한 사유부터 시작해 볼트, 너트 등 기계 산업화를 상징하는 최소 부품들의 통속성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개별 작가의 조형 예술 언어를 통해 참신한가치의 현대미술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참여 작가들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세운상가 낙원상가 등 오래 된 주상 복합 건물에서 느껴지는 이질적 풍경,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개 성 없이 늘어서 있는 종로3가의 귀금속 전문 상가, 창신동의 오르막길에서 내려다본 다세대 주택 옥상의 보급식 물탱크, 오래된 도시 곳곳을 부유하고 있는 노인들의 형상 등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삶의 풍경뿐만 아니라 광장으로서의 청계천 지역 일대의 역사적 상징성을 내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또한 산업 근대화가 급속하게 진전 중이던 1970~1980년대, 저작권 인식의 부재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복제된 디자인 창작물의 결과물을 재제작한 작품과 함께 도시의 경관을 이루는 공공 조각 설치 작품과 재료의 학관계를 표본화하는 작품을 통해 건축법과 제도에 의해 무분별하게 증식하고 있는 공공미술과 디자인 복제 제품 등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현실의 규격 화된' 한계를 지적한다. 전시에는 2000년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하게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동희, 백승우, 잭슨홍부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이은우, 이천표, 정윤석, 그리고 EH, 박정혜, 변상환, 윤지영 등 다양한 세대의 작가가 참여해 주제에 공감한 신작 혹은 근작을 선보인다.
도시의 음식, 미각의 미감
음식 문화를 중심으로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문화 활동가들이 도시와 삶의 문제를 어떻게 성찰하고 또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지 살펴보는 전시 <미감 Activating the City: Urban Gastronomy)>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실8에서 열린다. 동시대 문화 예술 창작 활동과 도시 문화의 관계를 음식 문화(Gastronomy)' 중심으로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는 '도시 생동(Food xUrban Mobility), '음식과 공동체(Foodx Community), '음식을 통한 공유와 나눔 (FoodxSharing Culture)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음식을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형성하는 매개자로 바 라보고 이에 집중하는 활동들에 주목한다. 디자이너, 아티스트, 문화 활동가, 요리사,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13팀의 작가들은 전시 기간 동안 예술과 삶의 문제를 음식 문화와 연계해 고민하고, 건강한 삶을 모 색하는 실천들을 선보인다.
'도시 생동에서는 모빌리티(Mobility : 이동성)가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서 장소와 시간의 제약없이 음식을 즐기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장하며 도시를 생동시키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김종범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라이프 사이클' 시리즈를 통해 삶과 움직임, 속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건축가 김태범은 모든 것이 초소형화 되는 세태를 반영해 작은 도시락이 펼쳐지면 도시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도구들로 변화되는 '도시 피크닉'을 제 안한다.
'음식과 공동체에서는 음식을 통해 인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공 동체를 형성하고자 했던 전설적인 작업들을 선보인다. 김다움은 도시와 음식 문화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채집하고 재편집해 청각적 음식문화를 드러내는 유통기한들을 선보이며, Ab그룹(이혜연)은 이번 전시의 개별 작품과 주제를 담아내는 무대로서의 '도시'를 전시장에 연출한다.
현대 고시인의 삶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2월 25일까지 열리는 <제16회 송은미술대상 전>에서 현대 도시인과 이주민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다.
대상을 수상한 김세진 작가는 주말이 되면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남아 출신 가사 도우미들의 모습을 기록한 '빅토리아 파 크(2008)를 선보인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야간 근무를 하는 야간 경비원과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의 시간을 담은 '야간 근로자(2009) 등의 작품을 통해 복잡한 현대사회와 그 안에 실존하는 익명으로서의 개인이 저항하거나 적응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외와 고독, 불안 같은 화학적 반응의 순간에 주목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세 개의 작품은 국가라고 하는 거대한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그 시스템 안에서 개인이 규정되는 과정에 대한 작가의 관찰을 보여준다. '열망으로의 접근(2016)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주, 이민 현상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개인사와 역사적 토대, 그리고 집단적 유토피아에 대한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작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배경으로 하는 '도시은둔자(2016)는 미술관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건물 미화원의 노동을 다룸으로써 자본과 시스템이 만들어낸 현대적 계급 구조와 그 안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가치에 관해 다루고 있다. 뉴욕과 런던에서 포착한 아시아, 남미 이민자들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의 순간들로 만들어진 키네틱 조각 '모션 핸드(2016)는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 원리를 이용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을 재연한다.
우수상을 수상한 정소영 작가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써 공간에 지배 당하는 인간과 이 공간을 점유하는 인간, 이 둘 사이의 영향과 관계에 관심을 주목하고 이를 지질학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조형 작업을 전개해왔다. 작가는 시간과 정신이 축적돼 경계 지을 수 없는 인간 내면의 풍경과 닮아 있는 지질학적 퇴적층과 같은 자연 지형이나 도시 건설을 가시화 해그 안에 포함된 시간과 운동성, 긴장감을 포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