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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김수로왕 건국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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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건국을 전하는 사료로는 김수로왕 신화가 유일하다. 이 신화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하고 있는데 설화적이며 후대에 윤색이 가해져서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모든 신화나 설화는 일정한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김수로왕신화에도 신비의 왕국 가야사의 실체를 해명해줄 사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실제로 김해에는 현재까지 건국신화와 관련된 유물과 유적지들이 남아 있는데 구지봉, 수로왕릉의 쌍어문, 파사석탑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구지봉은 가락국 시조의 수로왕이 하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곳은 허황후릉 서쪽 얕은 구릉 선단부로서 거북이 머리를 내민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구지봉에는 가락국의 건국신화를 형상화한 석조물을 설치해 두었는데, 여섯 알은 수로왕과 5가야 왕을 아홉 거북은 수로왕을 맞은 9간을 나타낸다.

구지봉은 수로집단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토착세력들이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지역이었다.

실제 구산 1동의 정씨들은 1980년대 초반까지도 이곳 구지봉 발치에서 동제를 지냈었다.

수로왕이 이곳에 하강한 것으로 신화화한 것은 토착 사회의 신성성을 빌어 수로집단에 의한 가락국의 건국을 정당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로왕은 북방에서 내려온 유이민

우리 민족의 신화는 고조선과 부여계통의 천손 신화와 신라, 가야 계통의 난생 신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천손 신화는 북방계 신화로서 조상 또는 집단의 지도자가 높은 곳이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특징이다. 난생신화는 알속에서 지도자가 출현하는 것이 특징으로 쌀농사를 짓는 대만, 타이, 자바, 인도 등지에 널리 퍼져있다.

수로신화는 난생신화의 좋은 보기로서 다른 건국신화들과 비슷하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수로왕 건국신화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천지개벽 후에 이 지방에는 아직 나라 이름도 없고, 왕과 신하의 호칭도 없었다. 다만 아도간, 여도간 등 9간이 백성들을 통솔하였는데, 무릇 1백호에 7만 5천명이었다. 후한 광무제 18년(서기42) 3월 어느 날 구지봉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9간들과 2~3백명의 마을 사람들이 거기에 모여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니 자주색 줄이 하늘로부터 드리워져 땅에 닿아 있었고 줄 끝을 찾아보니 붉은 단으로 싼 금합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것을 열어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색 알 여섯 개가 있었다.

그 다음날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합을 열어 보니 알 여섯이 모두 사내아이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절을 하고 정성을 다하여 공경하였다. 사내아이들은 나날이 자라 10여 일에 키가 9척이나 되었다. 그 중 한 사람이 그 달 보름에 왕위에 오르니 세상에 처음 나타났다고 하여 이름을 수로라 하고 혹은 수릉이라 했다.

그 나라 이름을 대가락이라 하며 또 가야국이라고도 했는데 여섯 가야의 하나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었다.

 

이 이야기 가운데 첫 구절은 수로가 가락국을 세우기 이전의 지역 사정을 말해 주고 있다.

천지개벽 후 아직 나라 이름도 없고 군신 칭호도 없었다는 것은 신화시대의 혼돈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모둠살이가 시작되어 아홉개의 집단 취락을 이루고 살았는데 각 취락을 다스리는 우두머리의 이름이 간이다.

간은 우두머리를 나타내는 몽골 계통의 말 칸의 소리를 따서 적은 것으로서 국가 이전 단계의 공동체 지도자를 일컫는다.

징기스칸의 칸과 같은 말이면서 그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한자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간(干)자를 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간은 방패라는 뜻과 구한다, 간섭한다는 뜻을 함께 지닌 말이다.

아홉 마을의 지도자를 보면 아도간, 여도간, 피도간, 오도간과 같이탈솜시가 탁월한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유천간, 신천간, 오천간처럼 하늘의 천기를 잘 살피며 천신께 빌기를 잘 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그리고 유수간은 물을 잘 다스리고 이용할 줄 하는 지도자, 신귀간은 신령을 잘 섬기고 잡귀들을 잘 다스리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였다.

따라서 당시의 지도자는 칼을 잘 만들고 칼솜씨를 발휘하여 백성들을 보호해야 했다. 또 하늘의 기상을 잘 살피고 물을 잘 다스려 생업에 이용했으면 신을 잘 섬기고 귀신들을 제압하는 종교적 사제자 역할까지 하였다.

이런 사회에 수로로 대표되는 집단이 나타났다.

그 집단에 대한 기록은 진수가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주석으로 단 "그들 가야인들은 외지에서 옮겨온 사람이 분명하다."라는 위략에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신화내용 중 하늘로부터 내려온 황금빛 상자의 여섯 알은 북방으로부터 이주해 온 발달된 문명을 가진 이주민 집단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여섯 알이 어린 아이로 변하고 성장하기까지 하례하고 극진히 섬기며 보살피는 행위는 이들이 낙동강 하구 유역에 들어와 자리를 잡으려 할 때 토착 주민들이 그들의 선진문명을 환영하여 받아들인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수로가 그들 사회에 적응하게 되자 마침내 왕으로 추대되어 가락국이라는 나라를 세운 것을 신화화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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